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31

<아침나절이 물주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충분한 물은 탄소동화작용을 최대로 할 수 있게 하고, 한낮 햇볕이 쏟아져도 시들지 않는다.>

 

농업인들에게 언제 물을 주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구구하다. 어떤 이는 아침에, 어떤 이는 오후에, 또 어떤 이는 저녁나절에 준다고 대답한다. ‘물을 왜 주나’를 이해하면 ‘언제 주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뿌리는 흙과 직접 접촉해 양분을 빨아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물에 녹아 있는 것을 물과 함께 빨아들인다. 이렇게 물은 양분을 녹여서 식물이 먹기 좋게 만들어 준다. 또 물은 체온을 조절해 준다. 햇볕이 잎을 태우려고 덤벼도 끄덕 없는 것은 물이 잎의 숨구멍을 통해 나가면서 수냉식 에어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물의 역할은 이산화탄소를 만나서 햇빛과 엽록소의 도움으로 함수탄소(‘물을 지니는 탄소’라는 뜻), 즉 탄수화물을 만드는 일이다. 만일 식물이 탄소동화작용을 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얼마 못가서 문을 닫고 만다.
햇빛은 찬란하게 빛나고 이산화탄소도 충분하지만 물이 없으면 탄수화물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해가 있는 낮 시간대가 물이 가장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반대로 밤에는 물이 충분해도 햇빛이 없어서 양분을 만들 수 없다. 다만 낮에 만들어진 탄수화물이 다른 장소로 옮겨진다. 해가 지면 식물도 활동이 떨어져 낮보다 훨씬 물이 덜 필요하다. 더구나 물을 주면 증발이 잘 안 되어 잎의 숨구멍이 막혀서 숨쉬기도 어렵다. 또한 습도가 높으면 병균은 번식하기 좋다. 햇빛이 없는 밤에 물이 많으면 낮에 만들어 놓은 탄수화물을 써서 웃자란다. 따라서 저녁나절에 주면 웃자라고 병이 잘 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언제 물을 주는 것이 좋을까 짐작이 갈 것이다. 아침나절이 가장 좋은 시간이다. 충분한 물은 탄소동화작용을 최대로 할 수 있게 하고, 한낮 햇볕이 쏟아져도 시들지 않는다. 아침에 줄 경우 물방울이 잎에 매달려 프리즘 현상으로 잎이 탈 수 있다. 따라서 물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땅에 주는 방법이다. 더울 때는 지온을 떨어뜨려 뿌리의 활력을 유지하게 만든다. 스프링클러를 돌리면 공중과 잎에서 증발이 많아 물의 손실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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