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홍 종 운
토양학박사
농촌진흥청 국제농업기술협력 자문위원
본지 객원대기자
요즘에 자주 듣게 되는 말 가운데 한 가지가 ‘귀농(歸農)’이란 말이다. 이 말과 함께 ‘귀촌(歸村)’이란 말도 자주 들린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저희는 농사와 농촌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퇴직하면 농촌에 가서 살 생각입니다. 그러나 농촌에 살기는 하겠지만 농사를 지을 자신은 없어요. 농사도 기술이고 경영인데 농사의 실제 경험도 없고 경영이란 면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으니까요.” 나는 이분의 생각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귀농이란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귀농이란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글자 그대로 풀면 농사를 짓던 이가 사정상 다른 일로 생업을 이어오다가 다시 농사일로 회귀(回歸)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말하는 귀농은 반드시 그런 경우는 아닌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고향은 농촌이지만 농사는 부모님들이 지어왔고, 본인은 젊은 동안 다른 일을 하다가 나이가 어느 정도 든 다음에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려는 것을 귀농이라고 여긴다. 그런 뜻에서 보면 귀농을 결심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생업을 다른 직업으로부터 농업으로 바꾸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귀농은 귀촌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다. 귀촌은 목가적인 성격(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을 갖는다. 그러나 귀농은 그런 게 아니다.
귀농은 사업이고 경영이다
귀농은 사업이다. 최소의 노동과 경영비를 들여 최대의 소득과 보람을 얻어야 하는 사업이다.
성공적인 귀농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우리의 오늘의 농업과 미래 농업에 대해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농업에 대해 잘 모르면서 농업은 어렵고 힘들고 소득은 별로 없는 매력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은 농사는 노동집약적인 일이라는 옛날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오늘의 농사는 예전의 농사와 사뭇 다르다.
그동안 농사짓는 인력도 크게 줄고 농토도 줄었다. 따라서 그 동안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야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모든 농산물과 축산물의 생산량이 놀랄 만큼 늘었다. 농촌의 일손도 크게 줄었고 농토도 줄었는데 어떻게 농산물의 생산량은 이처럼 크게 증가할 수 있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농업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농업은 이제 기술농업이다.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젊은 일손들을 다른 분야로 양보하면서 농촌에 남아 농사를 지어온 나이 드신 농업인들이 우리농업을 기술농업으로 바꾼 것이다. 귀농하려는 분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즉 귀농을 하려면 기술농업을 할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지금보다 30배는 더 발전해야
귀농하려는 분들이 알아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우리 농업이 예전에 비해 많이 기술농업이 되었지만 우리 농업은 오늘의 기술수준에 만족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구 100 명 가운데 세 사람이 실제로 농사일을 한다. 그러면서도 곡식을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양이 매우 많다(식량자급률이 30% 대다). 우리 농업기술은 더 발전해야 한다. 적어도 30배 정도는 더 발전해야 한다.
지금 인구 100 명 중 세 사람이 농사를 짓고 있는데 앞으로는 인구 100 명 중 한 사람만이 농사를 지어도 될 만한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
1965년부터 2005년 사이에 농사를 지어오신 분들은 인구 100 명 중 18 명이 짓던 것을 3명이 농사를 지어도 될 만큼 농사기술을 발전 시켜 왔지만 앞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은 인구 100 명 중 1 명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 시켜야 할 것이다. 귀농하시려는 분들과, 우리 농사를 계승하려는 분들은 이 사실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이 글에 대한 책임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