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성대학교 최문자 총장

 

학생들에게 연인 같은 총장으로 다가가다

최 총장은 연인 같은 총장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다.
권위와 강력한 카리스마보다는
따뜻함과 섬세함의 덕목을 지닌 리더로
학생들과 호흡을 맞추며
학생들의 사라져가는 감성의 부활과
지성의 회복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협성대학교 총장실, 방의 주인이 여성인 것이 한눈에 도드라지게 꾸며져 있었다. 서재와 책상까지 온통 하얀색, 작은 액자와 소품은 주인의 아기자기하고 고운 심성을 보여준다. ‘시 읽어주는 총장님’으로 유명한 최문자 총장의 집무실에서 요즘 청년들과 여성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시 읽어주시는 총장님으로 유명하신데요. 왜 이런 행사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삶을 즐겁게 긍정적 태도로 받아들이는 게 제 목표죠. 시낭송은 취업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감성이 메말라가고 있는 이 시대에 가슴으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학생들의 정서함양과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총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시작한 행사지요.
시의 상상력은 마음이 깨끗하고 순수할 때 발동되는 것이지요. 그런 시를 학생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얼마나 뜻 깊은 행사인지 모릅니다. 글로벌 시대에 너무나 빨리 변화되는 속도감에 소외의식을 느끼며 불안해하는 학생들에게 한편의 시가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요즘 청년들의 사고의 수준과 현실을 어떻게 보고 느끼시는지요?
학생들은 기성세대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면이 많습니다. 그러나 깊이 사유하는 것을 싫어하는 태도가 역력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편안함에 너무 길들여져 있고  자기 중심적 경향이 강합니다. 일례로 예전과 달리 요즘은 과대표 선출이 무척 힘이 듭니다. 서로들 아웃사이더로 지켜볼 뿐 직접 나서서 과대표가 되는 일을 귀찮아하지요. 조직의 리더로  책임져야 하는게 싫고 쿨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란 게 학생들의 변명인데..글쎄요?
사회가 쿨하지 않아서 문제인데 어떻게 쿨하게 살겠습니까? 사실 현실과 직접 맞닥뜨리며 정면대결하는 게 진정 쿨하게 사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만 쿨하다고 하고 쿨한 행동을 하지 못하면 찝찝함만이 남겠지요. 정말 쿨하게 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대학의 올바른 역할과 기능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많으실텐데요.
대학이 취업을 위한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대학교육의 효과를 수치로 측정하려다 보니 대학생활이 피폐해져 가는게 사실입니다. 산업화의 급성장 속에서 대학의 본래 목적은 무시 된 채 출세의 가교나 지름길로 대학이 자리매김하는 게 무척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그래서 대학 교육에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는 노력과 시도와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우리 학교의 브런치 콘서트, 역시 그런 의도로 기획된 것인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흐뭇합니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늘 강조하십니다.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미국에 교환교수로 나가 있었던 때 스승의 날 이야기입이다. 학생들이 내가 살던 서울 아파트로 찾아와 내가 없는 아파트 앞에서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고 우편함에 카드를 넣고 간 일이 있었지요. 미국에서 돌아오니 이일로 저는 그 아파트에서 유명인사가 돼 있었습니다. 학생들과의 함께 호흡해온 결과물이겠지요.
또 이번 스승의 날에도 학생회에서 뜻 깊은 스승의 날 행사를 마련해주었지요. 학생회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스승의 날을 챙기고 꽃을 달아주고 선생님들에게 식사 대접까지 챙겼습니다. 참 뜻 깊었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했지요. 사실 그 보답으로 학생들을 즐겁게 해주자는 일념으로 마술을 배워 며칠 전 끝난 축제에서 마술을 선보였는데 학생들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농촌여성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을 소개한다면?
유명한 고전도 좋겠지만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살 수 있는 감각을 익히는 실용서 읽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정경영이나 교육지침서 등 실용서적들을 접해 늘 하던 대로의 타성에서 벗어나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생활의 방법들을 익혔으면 하는 바램에서 입니다.
아무래도 농촌생활은 자연과 접하는 일이 많아 정서와 감성은 도시보다 훨씬 충만한 부분이 있으리라 봅니다. 어떻게 보면 여유로운 삶의 궤적을 그릴 수 있으나 한편으론 그런 느긋함에 길들여져 자칫 나태해질 수 있겠지요.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고 시대에 발맞추려는 부단한 노력도 때론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농촌여성들에게 찾아가는 생활교육을 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대학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인터뷰를 마치자 최 총장 시집 한권을 건네준다.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란 최 총장의 시집이다.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피가 날 때까지 믿는다.
금방 날아갈 휘발유 같은 말도 믿는다.
그녀는 낯을 가리지 않고 믿는다.
그녀는 못믿을 남자도 믿는다.
한 남자가 잘라온 다발꽃을 믿는다.
꽃다발로 묶인 헛소리를 믿는다.....“
“요즘 세상, 믿는다는 게 힘든 일이죠. 그러나 바보 같은 소리일지 몰라도 한번 믿어보세요. 자식, 남편, 친구....그리고 우리의 이웃 등 뭐든 말이죠...내 자신이 편안해집니다”
순수함을 무기로 대학을 경영하는 시인 총장의 내공이 엿보이는 말이었다.

최문자 총장 은 1941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에서 교육학석사(1987년), 성신여대에서 문학박사 학위(1996년)를 받았다. 협성대 교육대학원장 사회과학대학원장, 조형대학원장 ,음악대학원장, 음악조형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7년 제6대 협성대 총장에 임명됐다. 1982년 현대문학지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한 시인이기도 하다. 2002년 시집 ‘나무 고아원’으로 한성기 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귀안에 슬픈말 있네를 비롯 20여권의 시집과 편저를 집필했고 소월 윤동주 등에 대한 시, 문학적 연구관련 논문도 10 여편을 발표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